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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에서 제일 유명한 것은 무엇일까? 쌀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그 곡식, 쌀. 쌀이 유명한 데는 지리적인 이유가 크다. 넓은 평야가 있고 그 중심으로 강이 흐른다는 이점이 있다면 농업이 엄청나게 활발하게 발달하게 된다. 그중에 물을 댈 수 있다면 벼농사가 최고로 유리하게 될 수 있다. 벼농사는 땅이 계속 물을 머금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리적으로 쌀을 재배하기에 유리한 그곳, 여주로 갔다.

 

내가 잘 못들었나?

"여수? 밤바다 그곳?"

"아니, 여주."

"그래 가보자. 얼마나 멀겠어."

 

여주 아울렛 갔다가 배고파서 밥이 맛있다는 <나들목 여주 쌀밥집> 들렀다 온 날.

 

멀다. 진짜 더럽게 멀다. 내가 차를 끌고 가본 것 중에 제일 멀리 다녀왔다. 나는 서울 촌닭이다. 서울밖에 모르는 서울 토박이다. 서울에는 모든 것이 다 있다. 나는 서울이 좋다.

 

남자 둘이서 그것도 아무 이유도 없이, 단순히 아이쇼핑을 하자고 훌쩍 떠났다. 이렇게 긴 드라이브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옆에 남자가 있어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변태 아니다. 남자 안 좋아한다.

 

여주에 도착해서 돌고 돌아서 여주 아울렛에 도착했을 때 나는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서울에 있는 아울렛들이 제일 크고 좋은지 알았더니 여기는 마을 하나가 아울렛이다. 아니, 서울로 따지면 거짓말 좀 보태서 동 하나가 아울렛이다. 그리고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와! 세상 사람들 다 여기에 모여 있구나." 두 번째로 느껴보는 엄청난 인파였다. 처음 느껴본 건 고등학교 때 간 롯데월드에서였다.

 

둘이서. 그것도 남자 둘이서 뻔질나게 아울렛이 마감할 때까지 돌아다닌 것 같다. 분명히 나가라고 음악과 안내방송이 흘러나왔으니 정확히 기억한다. 미친 듯이 돌아다니느라 밥 먹는 것도 잊었었다. 막상 먹을 곳이 별로 없다고 느꼈고 우리는 길에 떨어진 것이라도 먹을 수 있을 만큼 배가 고팠다. 그런데 청소를 깨끗이 해놔서 땅에 떨어진 건 없더라.

 

밤이 되었다. 아주 캄캄한. 식당이 이렇게 늦게까지 열었다면 그건 오아시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늦었기에 배를 움켜잡고 불이 켜진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쇠를 씹어 먹어도 될 만큼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아이쇼핑을 하루 종일 했을까. 금강산이 식후경인데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불이 켜진 식당 하나가 보였다. 저곳은 천국일까?

 

천국의 불빛

 

나들목 여주 쌀밥

"장사합니까?"

"네."

"네? 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진짜 대화가 이랬다. 기뻐서. 그런데 마감이라 몇 가지 반찬들은 없는데 메인만 있단다. 그래도 괜찮으니 달라고 했다. 메뉴고 뭐고 사진으로 남길 정신이 없었다. 간판도 먹고 나와서 찍은 것이다.

 

무의식의 세팅
맛있었는데 이름도 알 시간도 없었던 슬픈 전, 이름 알려주세요.
세상에 이런 맛은 없었다.

순서대로 몇가지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말 게걸스럽게 그리고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그 와중에 사진 몇 장 찍은 내가 대견하다. 한상 다 먹는데 20분 걸렸으니 그냥 삼켰다고 봐도 될 만큼이다. 거지도 이런 상거지가 없다.

 

한상차림

 

반찬으로 배를 채우며 약간이나마 정신이 돌아온 나는 겨우 한상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오른쪽 아래에 빈 접시가 보이는가? 저것이 바로 치열했던 모습의 일부분이다. 한 접시당 30초도 안 걸려 끝났다고 거짓말을 보태본다. 남자 둘이서 말도 안 하고 '오우, 오우' 이러면서 먹었으니 얼마나 변태처럼 보였을지는 뻔하기에 식당 주인분에게 심히 죄송하다고 지금에 와서야 사과를 드리고 싶다.

 

나들목 여주 쌀밥

경기 여주시 세종로 488-9

주차장 많음

맛있음

 

 

다른 곳을 방문한 적이 없었고 한정식의 분야라고 해봐야 서울에서 부모님 모시고 먹어본 것이 다였기 때문에 딱히 비교를 자세히 할 곳은 없었다. 하지만 한마디로 함축하자면 "매일 먹고 싶은 밥상"으로 설명을 할 수 있겠다. 정말 밥이, 아니 쌀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가 엄청나게 고팠기에 그런 것도 있겠지만 쌀이 맛있으면 다 맛있다는 공식이 나의 머릿속에 생기게 해 준 기억이 남아있다. 그렇기에 내가 서울에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제일 먼저 했던 일이 남아있는 쌀을 확인하고 다음 쌀로 여주 쌀을 시킨 것이다. 쌀을 4킬로짜리밖에 안 사기에 금방 소진되어 바꿀 수 있었다. 내 인생에 이제 쌀은 많이 중요하게 되었다.

 

캄캄한 밤에 조용히 음악을 틀어놓고 살짝 흥얼거리며 만족하고 있는 나의 배를 두드리며 서울로 돌아왔던 기억은 세상 부러울게 하나 없는 위풍당당한 과거 급제한 자의 모습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여주에 위치한 나들목 여주 쌀밥 식당은 나에게 좋은 기억을 주었기에 앞으로도 장사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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