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그런 안 질리는 맛. 집마다 맛이 틀리므로 개인 취향. 누구를 데리고 와도 평타.)
위생과 경치★☆
(도심 한가운데 있어서 경치 없음. 하지만 주변에 위치한 인사동과 청계천이 명품.)
총점수 6 점
오늘 가는 집에는 추억이 있습니다.
도란도란 연인의 손을 붙잡고 밥한끼 든든하게 먹자며
뚝배기집으로 발걸음을 향했죠.
사람들이 줄을 서고 나가고를 반복하다
드디어 연인들의 차례가 되었고 밥을 시켰습니다.
뒤에 사람들이 언제 다 먹나 지켜보네요.
밥을 입으로 먹는지 똥구녕으로 먹는지 모르겠습니다.
좁고 뜨겁고 뒷사람들은 쳐다보고...여자 친구는 짜증내고
맛은 있는데...
그렇게 연인들은 많이 헤어집니다.
요즘들어 자꾸 밖에서 먹을 일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행주산성 쪽을 갈까 아니면 경기도를 갈까 하다가 친구가 요즘 집밥을 먹은 지 오래되었다고 말을 합니다. 그럼 집밥을 먹어야죠. 하지만 사람도 여럿이듯이 바쁜 것도 여럿. 자 오늘은 제가 20년도 넘게 가보았던 밥집을 오랜만에 가보는 날이 되었습니다.
주말에 갔기 때문에 의외로 주말에 무료인 공영주차장들은 댈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종묘 앞에 있는 항상 유료인 공영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산들산들 산책하듯이 구경하면서 제가 갈 밥집으로 가고 있었죠.
옆에는 종로 성당도 보이고 공원에는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다들 앉으셔서 바둑과 장기를 즐기시고 계셨습니다. 오랜만에 사람 구경을 한 기분이 들더군요. 요즘 안 나오려고 했는데 이렇게라도 슬쩍 핑계를 대면서 다니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사진은 그냥 평범한 것 같은데, 잘 보시면 수십 마리의 참새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햇볕을 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새가 있다고 알고 보니 똥이라도 맞을까 봐 살짝 두렵기도 했어요.
어릴 적에 판구하러 종로에 왔던 감성이 느껴지는 서울 레코드 옆을 지나가다가 그리운 느낌에 들어가 보기도 했어요.
서태지가 1면에 나온 잡지가 포장도 뜯지 않은 상태로 있네요. 판매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젊을 때 이런 잡지를 두어 권 샀었던 기억이 납니다. 중고책 서점에 가면 찾을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이문세 젊었을 적 모습이네요. 갑자기 시간여행을 해서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라 미묘한 기분도 들었지만 나름대로 그것들과 관계된 추억과 향수가 떠올라 기분이 좋았네요.
지나가다 잘 있나 궁금해서 본 서울극장. 오랜만에 보니까 굉장히 반갑기도 하고 그래도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반가웠어요.
너무들 반가워서 사설이 길었네요. 좀 많이 걷기도 걸었거든요. 이제야 밥집에 도착했습니다.
YBM어학원 뒤에 위치한 뚝배기집입니다. 여기는 제가 23년이나 왔어요. 요즘들어서야 1년에 한두 번 남짓 오는 것이지만 예전에 이 근처에서 일을 할 때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씩 온 것 같습니다. 그때는 저도 사정이 있어서 집밥이 너무 그리웠던 때기도 하거든요.
메뉴는 변하지를 않네요. 언제나 같아요. 그리고 언제나 맛도 같아요. 뭔가를 크게 기대를 하고 간다면 실망을 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지만 집밥을 먹듯이 기대 없이 먹었다면 '맛있네." 하실 그런 맛입니다. 친구는 맛있다고 하네요. 추천해준 보람이 있습니다. 요즘 이 친구 밥 먹이고 다니거든요. 기분 좋네요.
이게 끝입니다. 네 끝이에요. 옆에 가려진 것으로 무생체가 있는데 그것까지 포함해서 저 재료 중에 마음에 드는 재료 다 넣고 양푼에다가 쓱쓱 비벼서 찌개랑 맛나게 먹는 겁니다. 저는 항상 평균을 좋아해요. 이리저리 기복이 있는 집은 싫더라고요. 그런 집은 제가 기복에 맞출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찌개에 들어간 계란을 꺼내서 같이 비벼먹습니다. 찌개도 부어서 같이 비벼요. 그러면 더 맛난 것 같더라구요. 여기 오면 항상 느끼는 게 예전에 할머니가 손자 배고프다고 후다닥 해주시던 그런 맛이 나거든요. 사장님 우리 할머니 아니에요?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없는 요즘 시국에 찾아와 줬다고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이제 일 년에 두세 번은 말고 네다섯 번은 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집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게 그거지만 그래도 기분이 있으니까요.